4.15 총선을 앞두고 노동계에서 잇따라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김기완(44·사진)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수석부위원장도 지난달 15일 국회 앞에서 민중당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를 선언했다.
김기완 위원장은 2011년 1월 홈플러스 영등포점에서 ‘영업스탁’이라고 불리는 물류담당 부서에서 일하던 아르바이트 노동자였다. 그는 2년 동안 근로계약서를 5번 쓰고 2013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 그리고 그해 3월, 노동조합을 만들면서 홈플러스노조 위원장을 지냈고 지금은 마트산업노조 위원장이자 서비스연맹 수석부위원장이다.
출마 선언 이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김기완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참여와혁신>과의 인터뷰에서 “‘노동자 국회의원’이 아닌 ‘노동자 직접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민중당 비례대표 총선 후보로 출마했다”며 “21대 국회부터 국민의 통제와 노동자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국민의 국회’로 만들겠다”고 출마의 뜻을 밝혔다.
‘국민의 국회’ 바라는 노동자가 앞장서겠다
- 21대 총선 출마를 결심한 배경은? 서비스노동자들의 명령에 따라서 출마하게 됐다. ‘노동자 직접정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위해서다. 노동자 직접정치는 노동자들의 정치적 힘을 키우는 운동인데 기성 정당 그 어디도, 기성 정치인 그 누구도 이를 대신해주지 않았다. 서비스연맹에서는 노동자 직접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오랫동안 고민해왔고 이번 총선을 앞두고 김기완이 기수로 나서야 한다는 결심이 선 거다.
- “명령”이라는 말이 낯설게 들린다. 조직적 결정으로 이해하면 된다.
- 그럼 조직적 논의 과정에서 굳이 ‘김기완’이 국회에 들어가야 한다는 이유가 뭐였나? 노동자 직접정치를 구현할 수 있는 후보여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기준이었다. 오직 노동자의 명령만 받들고 국회에서 활동할 사람, 노동자의 정치적 힘을 키우는 일에만 집중할 사람이 필요했다. 서비스노동자들은 그걸 잘할 수 있는 사람을 논의해서 조직적 의사를 모았고 내가 그 결심을 앞장서 실행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된 거다.
- 그래서 왜 서비스노동자들은 노동자 직접정치를 잘할 수 있는 그 사람이 위원장이라고 본 건지 궁금하다. 그동안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나를 포함해 서비스노동자들은 노동자 직접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매우 적극적으로 나서왔다. 민중당을 창당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노동조합을 통해서도 현장을 바꿀 수 있지만 스스로 정당을 갖지 않으면 근본적으로 변화는 없다는 걸 깨달았기에 노동자의 정치적 힘을 키우는 자기 당이 있어야 한다는 의지가 분명했다. 또한 세월호 참사, 일본 제품 불매운동 등 주요한 사회 쟁점들이 있을 때마다 마트, 서비스노동자들은 적극적으로 동참해왔다. 이런 경험들이 모여 마트노조 위원장인, 서비스연맹 수석부위원장이기도 한 김기완이 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모이게 됐다.
- 국회의원이 되는 길은 지역구 출마와 비례대표 출마가 있다. 비례대표로 출마한 배경이 있나? 복잡하지 않다. 노동자들은 특정 지역이 아닌 전국으로 흩어져 활동하고 있으니까. 무엇보다 21대 총선에서 노동자 직접정치의 길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선포가 중요했다. 모든 노동자들에게 이제부터 우리는 직접정치 한 길로 걷자고 호소하기 위해 비례대표로 출마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한 거다. 역시 조직적으로 결정했다. (웃음)
‘노동자 국회의원’ 아닌 ‘노동자 직접정치’ 실현
- 사실 노동계에서는 “노동계 출신 국회의원이 곧 노동자를 위한 국회의원은 아니더라”라는 평가도 있다. 두 가지 대목에서 평가해야 한다고 본다. 우선 정당을 봐야 한다. 노동계 출신이든 누구든 정당의 이념과 노선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나라를 건설해야겠다는 강령이 뚜렷하게 있는 당이어야 노동자를 위한 정치를 똑바로 할 수 있다. 그래서 어떤 강령을 가진 당을 통해 국회에 진출하느냐가 첫 번째 평가 기준이 되어야 할 것 같다.
두 번째는 노동자들의 정치적 힘이 끊임없이 커지는 직접정치를 위한 대표였던가를 평가할 수 있다고 본다. 지금까지는 노동자 대표임을 자임하지만 ‘저를 국회에 보내주시면 제가 대표가 되어서 이렇게 하겠습니다’ 같은 위임정치나 대리정치의 문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바보 같은 질문일 수 있지만 국회의원은 어쨌든 대의정치를 하는 사람이다. 노동자 직접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대의정치를 하는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논리가 이해하기 어렵다. 지금 제도에만 익숙해서 그렇다. 의회민주주의 하에서도 직접정치를 가능하게 하는 제도를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국회의원이 약속을 안 지키면 국민의 손으로 해고할 수 있는 ‘국민소환제’, 국민이 직접 필요한 법을 발안할 수 있는 ‘국민발안제’, 중요한 의사결정은 국민 전체 투표를 통하는 ‘국민투표제’ 등이 있다. 한국은 국민이 직접 정치에 참여해서 자기 의사대로 결정을 강제할 수 있는 제도가 매우 취약하다.
- 제도를 만들면 직접정치가 구현될 수 있는 건가? 제도는 하나의 조건에 불과하다. 중요한 건 노동자들이 이제부터 '내가 할 수 있다, 내가 결정하겠다, 내가 통제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그 힘이 커져야 한다. 그러려면 연습이 필요하다. 하나로 힘을 모아서 법안을 만들어보고 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경험을 해야 한다. 그런 경험이 쌓이면 큰일이 닥쳐도 자기 의사대로 결정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거다.
- 그럼 위원장이 결론 내린 직접정치는 뭔가? 직접정치는 다양한 형태로 드러나겠지만 국민의 권한이 커지고 결정권이 대표 몇 사람이 아니라 국민에게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노동자 명령에 따르는 국민의 국회 만들 것”
- 이번 21대 총선에서 내세우는 슬로건은? ‘노동자 직접정치’, ‘노동자의 명령으로 국민의 국회를 건설하자’가 기본 슬로건이다.
- ‘국민의 국회 건설’을 위한 구상은? 국회의원 특권 폐지법부터 만드는 거다. 두 가지 의미다. 우선 국민이 함께 만든 법으로 스스로는 절대 내려놓지 않을 국회의원의 특권을 내려놓게 만들겠단 뜻이다. 다음은 노동자 스스로 정치의 주인이고 주권자임을 자각하고 힘을 모아 법안을 실제로 만들어보는 경험을 해보는 것이다. 이 운동은 10만 명이 뜻을 모으는 것을 목표로 전국 곳곳에서 많은 노동자가 동참하고 있다. 동참하는 분들은 지역이나 사업장마다 그룹별로 모여서 국회의원 특권을 폐지하고 21대 국회에서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할 요구안을 모을 예정이다. 500개 이상의 모임이 이뤄질 거라고 보는데 3월 15일에 이 모임의 대표들이 국회에 모여서 최종적으로 법안을 심의확정하는 회의를 할 거다. 이 법안을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다뤄지도록 강력하게 요구할 생각이다. 이 같은 경험을 가진 노동자들은 앞으로 자기 힘으로 필요한 법과 제도를 요구하고 만드는 직접정치 활동을 이어나갈 거라고 본다.
- 그동안 민중당은 노동의 목소리가 묻힌 국회에서 노동자를 대변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소수정당으로서 한계가 있었을 것 같다. 다가오는 총선에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민중당의 전략은? 제일 중요한 건 기존 문법과 달라야 한다. 직접정치를 주장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우리는 직접정치의 활동내용과 정치방식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더 많은 노동자, 농민, 빈민, 시민들이 민중당을 통해서 직접정치가 가능하고 그 길이 한국사회를 제대로 바꿔내기 위한 가장 빠른 길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활동해야 한다고 본다.
또한 한국사회에 많은 노동자들이 왜 이렇게 열심히 해도 힘든가, 어떻게 해야 바뀌는가,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를 정면에서 말해야 한다. 촛불이 원했던 건데 흐지부지되고 있다. 이 내용을 이야기하는 민중당, 변화를 위해 필요하면 앞장서서 싸우는 민중당이 될 것이다. 국민들의 의사를 믿고, 의지를 믿고 부당한 권력에 자기를 던져서 싸워야 한다. 이런 활동들을 일관되게 해왔는데 더 분명하게 기치를 들고 해야 한다. 이번 총선이 그 계기가 될 거라고 본다.
마트노동자 김기완
- 마트노동자 김기완의 삶도 궁금하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 중에서 기억나는 장면을 소개해달라. 2013년 노조를 결성할 때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정말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서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많다.
- 홈플러스 영등포점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일하다가 노조를 만든 일이 출발이었겠다. 2013년 3월 초에 홈플러스 영등포점 동료 10명 하고 숨어서 노조를 처음 설립했다. 들키면 해고될 거니까. 그렇게 시작한 마트노조가 이제 곧 1만 명 규모로 커진다. 사실 그날을 잊을 수 없다.
- 설립총회를 비밀리에 하고 출근한 건가? 맞다. 그날 떨려서 우황청심환을 먹고 출근한 분이 있었다. 이 분이 지난달 15일에 국회 앞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할 때도 와서 우황청심환을 주셨다. "우리가 처음 노조 만들 때 먹었고 나도 오늘 하나 먹었으니까 위원장도 먹어야 한다"며 "너무 떨리고 너무 기쁜날"이라고 말씀하시더라.
- 그분이 누군가? 정미화 마트노조 서울본부장이다. 2013년에 노조를 함께 만든 홈플러스 영등포점 1호 지회장님이다.
- 노조활동 첫해에 남는 장면은? 노조를 만들고 ‘0.5 시간 계약제(쩜오계약)’를 폐지하기 위해 첫 번째 단체행동을 했을 때였다. 2013년 12월 25일 정오에 등벽보를 부착하기로 했다. 조합원이 천 명 정도 됐지만 민주노조에 가입했다는 사실을 들키면 탄압받으니까 모두 비공개로 활동할 때였다. 그날 12시가 '땡' 되자 카카오톡 방에 비밀 조합원들이 등벽보를 붙이고 찍은 사진들이 전국에서 막 올라왔다. 그때 느꼈던 감동을 잊을 수 없다.
- 또 이야기하고 싶은 순간이 있나?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가 났을 때다. 당시 단협에도 없는데 마트노동자들은 근무복에 추모리본을 달았다.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노조라는 자기조직을 갖고 있는 노동자로서 의사를 표현하고 싶고 추모 물결에 동참하고 싶어서 리본을 달았다. 회사는 당연히 제지했지만 꿋꿋하게 달았다. 이런 행동이 발전해서 박근혜 정부 퇴진 촛불운동이 시작됐을 때도 대통령 퇴진 배지를 달고 일했다. 지난해 일본 제품 불매운동 때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사회에서 주요 이슈나 변화가 생기는 정치적 쟁점이 있을 때마다 노동자로서 우리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일들을 매우 적극적으로 하려고 노력해왔다. 이런 활동들을 쭉 해오면서 정치도 우리가 직접 해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긴 거다. 이런 기억들은 마트노동자, 서비스노동자들이 함께 만들고 있는 역사이자 자랑이라고 생각한다. 힘이기도 하고.
- 2013년 홈플러스 노조 설립 기자회견에서 이런 말을 했더라. “오직 정규직이 되기 위해 상급자가 부당한 일을 시키고 인격모독을 해도 무조건 참고 버텨야 하는 구조를 바꿔보고 싶어 노조를 만들었다.” 7년 지난 지금, 그 ‘구조’가 얼마나 바뀌었다고 보나. 많이 바뀌었다. 노조 하면서 제일 하고 싶었던 일은 그 누구도 마트노동자들을 함부로 대하게 해서는 안 되겠다, 그러지 못하게 해야겠다는 거였다. 그러기 위해서 힘이 있는 사람한테는 함부로 대하지 못하니까 마트노동자들을 힘이 있는 존재로 만들고자 했다. 투쟁을 통해 많이 바뀌었고 지금은 마트조합원들에게 함부로 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 그럼 노조 활동하면서 가장 기쁜 순간은 언제였나? 제일 신나고 기쁠 때는 마트노동자들이 노조 활동을 하면서 점장이나 회사 임원들한테 눈 똑바로 뜨고 할 말 다 할 때다.
- 자기 목소리를 낼 때? 그렇다. 이 나라 노동자들은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해코지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참는 것 말고는 선택지가 없다. 그런데 노조 활동을 통해 노동자들이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게 된다. 말을 했는데도 부당한 대우가 계속되면 모여서 싸워서라도 맞설 수 있게 된 거고. 그럴 때가 제일 보람 있다. 그냥 괜히 좋다.
- 노동자들 만나보면 그 ‘맛’을 안 순간 이전으로 절대 돌아갈 수 없다고 하더라. 당연하다. 노조하고 뭐가 제일 좋아진 것 같냐고 조합원들한테 물어보면 “할 말 다 하고 살아서 참 좋다” “무서운 놈 없다”고 말한다. 모든 노동자들이 다 이렇게 되면 이 나라는 빨리 바뀔 거다.
- 마지막으로 노동정치를 통해 어떤 변화를 만들어나가고 싶은지 한 말씀 부탁드린다. 한마디로 하면 노동자들의 정치적 힘이 커지는 것, 자기 의사대로 자기 힘으로 결정하고 통제할 수 있는 힘을 갖추는 것, 그걸 제일 하고 싶은 거다.
[노동+정치] 김기완, “노동자 명령 따르는 ‘국민의 국회’ 만들 것”
4.15 총선을 앞두고 노동계에서 잇따라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김기완(44·사진)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수석부위원장도 지난달 15일 국회 앞에서 민중당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를 선언했다.
김기완 위원장은 2011년 1월 홈플러스 영등포점에서 ‘영업스탁’이라고 불리는 물류담당 부서에서 일하던 아르바이트 노동자였다. 그는 2년 동안 근로계약서를 5번 쓰고 2013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 그리고 그해 3월, 노동조합을 만들면서 홈플러스노조 위원장을 지냈고 지금은 마트산업노조 위원장이자 서비스연맹 수석부위원장이다.
출마 선언 이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김기완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참여와혁신>과의 인터뷰에서 “‘노동자 국회의원’이 아닌 ‘노동자 직접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민중당 비례대표 총선 후보로 출마했다”며 “21대 국회부터 국민의 통제와 노동자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국민의 국회’로 만들겠다”고 출마의 뜻을 밝혔다.
‘국민의 국회’ 바라는 노동자가 앞장서겠다
- 21대 총선 출마를 결심한 배경은?
서비스노동자들의 명령에 따라서 출마하게 됐다. ‘노동자 직접정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위해서다. 노동자 직접정치는 노동자들의 정치적 힘을 키우는 운동인데 기성 정당 그 어디도, 기성 정치인 그 누구도 이를 대신해주지 않았다. 서비스연맹에서는 노동자 직접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오랫동안 고민해왔고 이번 총선을 앞두고 김기완이 기수로 나서야 한다는 결심이 선 거다.
- “명령”이라는 말이 낯설게 들린다.
조직적 결정으로 이해하면 된다.
- 그럼 조직적 논의 과정에서 굳이 ‘김기완’이 국회에 들어가야 한다는 이유가 뭐였나?
노동자 직접정치를 구현할 수 있는 후보여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기준이었다. 오직 노동자의 명령만 받들고 국회에서 활동할 사람, 노동자의 정치적 힘을 키우는 일에만 집중할 사람이 필요했다. 서비스노동자들은 그걸 잘할 수 있는 사람을 논의해서 조직적 의사를 모았고 내가 그 결심을 앞장서 실행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된 거다.
- 그래서 왜 서비스노동자들은 노동자 직접정치를 잘할 수 있는 그 사람이 위원장이라고 본 건지 궁금하다.
그동안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나를 포함해 서비스노동자들은 노동자 직접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매우 적극적으로 나서왔다. 민중당을 창당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노동조합을 통해서도 현장을 바꿀 수 있지만 스스로 정당을 갖지 않으면 근본적으로 변화는 없다는 걸 깨달았기에 노동자의 정치적 힘을 키우는 자기 당이 있어야 한다는 의지가 분명했다. 또한 세월호 참사, 일본 제품 불매운동 등 주요한 사회 쟁점들이 있을 때마다 마트, 서비스노동자들은 적극적으로 동참해왔다. 이런 경험들이 모여 마트노조 위원장인, 서비스연맹 수석부위원장이기도 한 김기완이 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모이게 됐다.
- 국회의원이 되는 길은 지역구 출마와 비례대표 출마가 있다. 비례대표로 출마한 배경이 있나?
복잡하지 않다. 노동자들은 특정 지역이 아닌 전국으로 흩어져 활동하고 있으니까. 무엇보다 21대 총선에서 노동자 직접정치의 길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선포가 중요했다. 모든 노동자들에게 이제부터 우리는 직접정치 한 길로 걷자고 호소하기 위해 비례대표로 출마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한 거다. 역시 조직적으로 결정했다. (웃음)
‘노동자 국회의원’ 아닌 ‘노동자 직접정치’ 실현
- 사실 노동계에서는 “노동계 출신 국회의원이 곧 노동자를 위한 국회의원은 아니더라”라는 평가도 있다.
두 가지 대목에서 평가해야 한다고 본다. 우선 정당을 봐야 한다. 노동계 출신이든 누구든 정당의 이념과 노선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나라를 건설해야겠다는 강령이 뚜렷하게 있는 당이어야 노동자를 위한 정치를 똑바로 할 수 있다. 그래서 어떤 강령을 가진 당을 통해 국회에 진출하느냐가 첫 번째 평가 기준이 되어야 할 것 같다.
두 번째는 노동자들의 정치적 힘이 끊임없이 커지는 직접정치를 위한 대표였던가를 평가할 수 있다고 본다. 지금까지는 노동자 대표임을 자임하지만 ‘저를 국회에 보내주시면 제가 대표가 되어서 이렇게 하겠습니다’ 같은 위임정치나 대리정치의 문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바보 같은 질문일 수 있지만 국회의원은 어쨌든 대의정치를 하는 사람이다. 노동자 직접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대의정치를 하는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논리가 이해하기 어렵다.
지금 제도에만 익숙해서 그렇다. 의회민주주의 하에서도 직접정치를 가능하게 하는 제도를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국회의원이 약속을 안 지키면 국민의 손으로 해고할 수 있는 ‘국민소환제’, 국민이 직접 필요한 법을 발안할 수 있는 ‘국민발안제’, 중요한 의사결정은 국민 전체 투표를 통하는 ‘국민투표제’ 등이 있다. 한국은 국민이 직접 정치에 참여해서 자기 의사대로 결정을 강제할 수 있는 제도가 매우 취약하다.
- 제도를 만들면 직접정치가 구현될 수 있는 건가?
제도는 하나의 조건에 불과하다. 중요한 건 노동자들이 이제부터 '내가 할 수 있다, 내가 결정하겠다, 내가 통제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그 힘이 커져야 한다. 그러려면 연습이 필요하다. 하나로 힘을 모아서 법안을 만들어보고 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경험을 해야 한다. 그런 경험이 쌓이면 큰일이 닥쳐도 자기 의사대로 결정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거다.
- 그럼 위원장이 결론 내린 직접정치는 뭔가?
직접정치는 다양한 형태로 드러나겠지만 국민의 권한이 커지고 결정권이 대표 몇 사람이 아니라 국민에게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노동자 명령에 따르는 국민의 국회 만들 것”
- 이번 21대 총선에서 내세우는 슬로건은?
‘노동자 직접정치’, ‘노동자의 명령으로 국민의 국회를 건설하자’가 기본 슬로건이다.
- ‘국민의 국회 건설’을 위한 구상은?
국회의원 특권 폐지법부터 만드는 거다. 두 가지 의미다. 우선 국민이 함께 만든 법으로 스스로는 절대 내려놓지 않을 국회의원의 특권을 내려놓게 만들겠단 뜻이다. 다음은 노동자 스스로 정치의 주인이고 주권자임을 자각하고 힘을 모아 법안을 실제로 만들어보는 경험을 해보는 것이다. 이 운동은 10만 명이 뜻을 모으는 것을 목표로 전국 곳곳에서 많은 노동자가 동참하고 있다. 동참하는 분들은 지역이나 사업장마다 그룹별로 모여서 국회의원 특권을 폐지하고 21대 국회에서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할 요구안을 모을 예정이다. 500개 이상의 모임이 이뤄질 거라고 보는데 3월 15일에 이 모임의 대표들이 국회에 모여서 최종적으로 법안을 심의확정하는 회의를 할 거다. 이 법안을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다뤄지도록 강력하게 요구할 생각이다. 이 같은 경험을 가진 노동자들은 앞으로 자기 힘으로 필요한 법과 제도를 요구하고 만드는 직접정치 활동을 이어나갈 거라고 본다.
- 그동안 민중당은 노동의 목소리가 묻힌 국회에서 노동자를 대변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소수정당으로서 한계가 있었을 것 같다. 다가오는 총선에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민중당의 전략은?
제일 중요한 건 기존 문법과 달라야 한다. 직접정치를 주장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우리는 직접정치의 활동내용과 정치방식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더 많은 노동자, 농민, 빈민, 시민들이 민중당을 통해서 직접정치가 가능하고 그 길이 한국사회를 제대로 바꿔내기 위한 가장 빠른 길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활동해야 한다고 본다.
또한 한국사회에 많은 노동자들이 왜 이렇게 열심히 해도 힘든가, 어떻게 해야 바뀌는가,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를 정면에서 말해야 한다. 촛불이 원했던 건데 흐지부지되고 있다. 이 내용을 이야기하는 민중당, 변화를 위해 필요하면 앞장서서 싸우는 민중당이 될 것이다. 국민들의 의사를 믿고, 의지를 믿고 부당한 권력에 자기를 던져서 싸워야 한다. 이런 활동들을 일관되게 해왔는데 더 분명하게 기치를 들고 해야 한다. 이번 총선이 그 계기가 될 거라고 본다.
마트노동자 김기완
- 마트노동자 김기완의 삶도 궁금하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 중에서 기억나는 장면을 소개해달라.
2013년 노조를 결성할 때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정말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서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많다.
- 홈플러스 영등포점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일하다가 노조를 만든 일이 출발이었겠다.
2013년 3월 초에 홈플러스 영등포점 동료 10명 하고 숨어서 노조를 처음 설립했다. 들키면 해고될 거니까. 그렇게 시작한 마트노조가 이제 곧 1만 명 규모로 커진다. 사실 그날을 잊을 수 없다.
- 설립총회를 비밀리에 하고 출근한 건가?
맞다. 그날 떨려서 우황청심환을 먹고 출근한 분이 있었다. 이 분이 지난달 15일에 국회 앞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할 때도 와서 우황청심환을 주셨다. "우리가 처음 노조 만들 때 먹었고 나도 오늘 하나 먹었으니까 위원장도 먹어야 한다"며 "너무 떨리고 너무 기쁜날"이라고 말씀하시더라.
- 그분이 누군가?
정미화 마트노조 서울본부장이다. 2013년에 노조를 함께 만든 홈플러스 영등포점 1호 지회장님이다.
- 노조활동 첫해에 남는 장면은?
노조를 만들고 ‘0.5 시간 계약제(쩜오계약)’를 폐지하기 위해 첫 번째 단체행동을 했을 때였다. 2013년 12월 25일 정오에 등벽보를 부착하기로 했다. 조합원이 천 명 정도 됐지만 민주노조에 가입했다는 사실을 들키면 탄압받으니까 모두 비공개로 활동할 때였다. 그날 12시가 '땡' 되자 카카오톡 방에 비밀 조합원들이 등벽보를 붙이고 찍은 사진들이 전국에서 막 올라왔다. 그때 느꼈던 감동을 잊을 수 없다.
- 또 이야기하고 싶은 순간이 있나?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가 났을 때다. 당시 단협에도 없는데 마트노동자들은 근무복에 추모리본을 달았다.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노조라는 자기조직을 갖고 있는 노동자로서 의사를 표현하고 싶고 추모 물결에 동참하고 싶어서 리본을 달았다. 회사는 당연히 제지했지만 꿋꿋하게 달았다. 이런 행동이 발전해서 박근혜 정부 퇴진 촛불운동이 시작됐을 때도 대통령 퇴진 배지를 달고 일했다. 지난해 일본 제품 불매운동 때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사회에서 주요 이슈나 변화가 생기는 정치적 쟁점이 있을 때마다 노동자로서 우리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일들을 매우 적극적으로 하려고 노력해왔다. 이런 활동들을 쭉 해오면서 정치도 우리가 직접 해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긴 거다. 이런 기억들은 마트노동자, 서비스노동자들이 함께 만들고 있는 역사이자 자랑이라고 생각한다. 힘이기도 하고.
- 2013년 홈플러스 노조 설립 기자회견에서 이런 말을 했더라. “오직 정규직이 되기 위해 상급자가 부당한 일을 시키고 인격모독을 해도 무조건 참고 버텨야 하는 구조를 바꿔보고 싶어 노조를 만들었다.” 7년 지난 지금, 그 ‘구조’가 얼마나 바뀌었다고 보나.
많이 바뀌었다. 노조 하면서 제일 하고 싶었던 일은 그 누구도 마트노동자들을 함부로 대하게 해서는 안 되겠다, 그러지 못하게 해야겠다는 거였다. 그러기 위해서 힘이 있는 사람한테는 함부로 대하지 못하니까 마트노동자들을 힘이 있는 존재로 만들고자 했다. 투쟁을 통해 많이 바뀌었고 지금은 마트조합원들에게 함부로 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 그럼 노조 활동하면서 가장 기쁜 순간은 언제였나?
제일 신나고 기쁠 때는 마트노동자들이 노조 활동을 하면서 점장이나 회사 임원들한테 눈 똑바로 뜨고 할 말 다 할 때다.
- 자기 목소리를 낼 때?
그렇다. 이 나라 노동자들은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해코지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참는 것 말고는 선택지가 없다. 그런데 노조 활동을 통해 노동자들이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게 된다. 말을 했는데도 부당한 대우가 계속되면 모여서 싸워서라도 맞설 수 있게 된 거고. 그럴 때가 제일 보람 있다. 그냥 괜히 좋다.
- 노동자들 만나보면 그 ‘맛’을 안 순간 이전으로 절대 돌아갈 수 없다고 하더라.
당연하다. 노조하고 뭐가 제일 좋아진 것 같냐고 조합원들한테 물어보면 “할 말 다 하고 살아서 참 좋다” “무서운 놈 없다”고 말한다. 모든 노동자들이 다 이렇게 되면 이 나라는 빨리 바뀔 거다.
- 마지막으로 노동정치를 통해 어떤 변화를 만들어나가고 싶은지 한 말씀 부탁드린다.
한마디로 하면 노동자들의 정치적 힘이 커지는 것, 자기 의사대로 자기 힘으로 결정하고 통제할 수 있는 힘을 갖추는 것, 그걸 제일 하고 싶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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