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 주 35시간 근무제 도입 방식 논란,
워라밸 혁신인가 vs 임금삭감 꼼수인가

문재인 정부의 강력한 '일과 삶의 균형' 강조 정책 기조
문재인 대통령은 공약과 당선 소감에서 모두 '일자리 대통령'을 강조했다. 근로시간 단축과 일과 삶의 균형을 강조했다. 이러한 정책 기조를 강력하게 진행해 양대지침을 폐기하고, 최저임금을 큰 폭 인상했다. 현재 진행 중인 근로시간 단축 논의 등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이와 같은 정책 기조에 발맞춰 공공 분야뿐만 아니라 최근 신세계 등 대기업도 올해부터 근로시간 단축 제도 시행을 선언했다. 재계에서는 근로시간 단축 문화의 시작이 될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보는 중이다.
실제로 신세계의 이러한 주 35시간으로의 근로시간 단축 실험은 정부가 법정 최대 주당근로시간을 현재의 주 68시간에서 주 52시간으로 줄이는 안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정부의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가 있는 상황에서 국회가 관련법을 개정하는 중이고 대법원도 관련 판결을 내놓으려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신세계의 실험이 어떤 식으로든 기업의 근로 문화 개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도 주당 근무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일 수 있도록 직원을 독려하라는 권고를 각 사업부 담당자들에게 전달하는 등 올해 안으로 주 52시간 근무가 가능하도록 준비 중이다.
'주 35시간 단축, 임금은 그대로' 신세계그룹 '워라밸' 혁신, '저녁이 있는 삶' 확산의 시작?
올해부터 재계 10위의 신세계그룹은 근로시간을 단축해 '임금 삭감 없는 주 35시간 근무제'로 전환했다. 업무 효율성을 높이면서 일과 삶의 균형인 '워라밸'을 고려해 국내 대기업으로는 최초로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했다.
현재 우리나라 법정 근로시간은 주 40시간으로 IT 업계의 일부 기업을 제외하면, 주 35시간 근무제를 시행하는 대기업으로는 신세계그룹이 최초다. 신세계 사측은 '과로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근로 문화를 혁신하고 임직원들의 '휴식과 저녁이 있는 삶', '워라밸'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올해 신년사를 통해 "주 35시간 근무제는 국내 대기업 중 최초로 시행하는 것인 만큼 성공적인 사례로 잘 정착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신세계그룹의 이러한 조치로 올해부터 이마트는 5시 정시퇴근을 위해 5시 30분이 되면 PC가 꺼진다. 담당 임원의 사전 결재 없이는 PC 재부팅이 되지 않기 때문에 무분별한 야근을 할 수 없는 체계다. 신세계백화점은 이마트보다도 10분이 더 빠른 5시 20분에 PC가 꺼지고 5시 30분에는 사무실 전체 소등이 된다.
언론을 통해 쏟아진 찬사, 한국노총 김주영 위원장은 일단 긍정적 평가
이러한 파격적인 신세계그룹의 근로시간 단축 시행에 각계에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을 향해 칭찬이 쏟아졌다. 현 정부 들어 재벌 개혁 기조가 강하다는 평가가 있는 가운데, 대기업 오너에 대한 찬사는 오랜만이라는 논평도 나왔다.
노동계에서도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이 지난 1월 13일, 신세계그룹의 주 35시간제 변경을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이전에 없던 진일보한 시도인 만큼 문제점이 생기면 절충안을 찾으면 된다"며 "임금하락 없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최저임금 단가를 높인 것이기 때문에 신세계식 새로운 근로시간 단축 꼼수라고만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민주노총은 전면 반대, '총임금 삭감을 위한 꼼수'이자 '나쁜 일자리 양산 체계' 비판
그러나 한국노총과 달리 민주노총은 지난 1월 19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신세계식 근로시간 단축 꼼수'를 비난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산하 마트산업노동조합(이하 '마트노조')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신세계식 주 35시간제는 임금 삭감을 위한 꼼수로, 실질 소득인상에 도움이 안 되는 기만적 조치"라고 주장했다. 또 "실질임금 총액인상이 아닌 최저시급을 맞추기 위한 산수 놀이는 근로 문화 개선과 근로자 복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열자는 취지에 맞도록 월 209만원이 보장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1월 24일에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민중당 김종훈 의원실과 마트노조는 '비정규직 저임금노동자 착취하는 신세계-이마트의 이중성을 폭로하는 증언대회'를 열고 이마트 사측이 비정규직-저임금노동자를 착취하고, 저질일자리를 양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하순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은 "신세계식 근로시간 단축을 고려라도 해보려면, 단순히 노동시간을 8시간에서 7시간으로 줄이는 만큼 부족한 인원을 신규채용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똑같은 일을 해야 하면서 '업무효율'이라는 핑계로 시간만 줄어들기 때문에 '노동강도'가 강화한다"고 주장했다.
또 "결국 신세계 이마트의 주 35시간제 도입은 상여금이나 수당 산입 조작, 경비원 노동자의 중간 휴게시간 증대 꼼수 등과 같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본의 대응방식 중 하나일 뿐"이라며 "기업 경영상황이 매우 양호해 마음대로 해고할 수 없는 상황이므로 노동자들의 노동강도가 강화되더라도 총노동시간을 감소시켜 총인건비를 억제하는 방식으로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무력화시키겠다는 꼼수"라고 주장했다.
전수찬 마트산업노동조합 이마트지부 위원장도 "동일노동-동일임금에 맞지 않은 나쁜 일자리를 폭로한다"며 "이마트의 파트타임 노동자들은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절대다수의 무기계약직 사원의 시급보다 적은 시급을 받고, 올해도 역시 180원가량 적은 시급으로 여전히 차별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파트타임 근무자들은 대부분 회사 지시에 따라 출퇴근 시간이 수시로 변경되기 때문에 정부와 이마트 사측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워킹맘을 위한 일자리, 일-가정양립' 등은 사실상 적용이 불가능한 '나쁜 일자리'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신세계식 꼼수는 비정규직 나쁜 일자리인 '스태프' 직군 때문에 가능" 주장
마트노조는 신세계식 꼼수가 가능한 것은 나쁜 일자리인 비정규직 '스태프' 직군이 있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 신세계가 이마트의 경우 지난 2016년부터 지금까지 김해점, 스타필드 하남점, 스타필드 고양점 등 최소 200여명의 직영사원이 근무해야 운영이 가능한 대형점포를 최소 5개 이상 오픈했고, 매장당 평균 8명 이상이 근무해야 운영이 가능한 이마트 PL상품 전문매장 '노브랜드' 점포도 전국에 약 100여개 가까이 오픈했는데, 정작 증가한 정규직 일자리는 63명 정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마트노조는 정규직 일자리는 늘리지 않고 나쁜 일자리인 단기 비정규직 사원인 '스태프' 직종만 늘려 정규직 일자리가 있어야 할 자리를 메꾸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마트가 최근 2년간 실제로 정규인력을 감축만 하고 늘린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전수찬 위원장은 "겉으로는 좋은 일자리 창출과 근로시간 개혁 문화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찬사를 받지만, 그 이면에는 이와 같은 국민 기만적인 방식이 있었다"면서 "이런 것이 가능한 이유는 실질적인 현장의 모습을 검증하지 않고, 방조하는 것도 모자라 이러한 기업에 겉만 보고 좋은 일자리 창출기업으로 상까지 수여하는 정부의 태도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또 "사측이 2년 동안 주 35시간 근무제를 준비했다고 하는데, 그런 혁신적인 제도를 어째서 비밀 작전을 수행하는 것처럼 노동자들 몰래 준비하다가 최저임금이 많이 오르자마자 갑작스럽게 발표한 것인지 의문"이라며 "'노동시간 단축'은 매우 중요한 문제라서 노동자가 꼭 알아야 할 부분인데, 2년 동안 준비했다는 주 35시간 근무제에 관해 현장 노동자들은 전혀 알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박하순 연구원도 "실질적인 내용과 상관없이 겉으로만 '임금 삭감이 없는 노동시간 단축' 꼼수일지라도 기업이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찬사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이를 그저 받아쓰기에 바쁜 생각 없는 언론 때문이기도 하다"고 비판했다.
이정희 민중당 정책위원회 공동의장은 토론을 통해 "신세계그룹이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해 노동자의 삶의 질을 고려한 선의라는 점을 계속 강조하지만, 문제는 삶의 질을 넘어선 노동자의 생계 문제"라면서, "워라밸도 좋지만, 일단 최소한의 생계유지가 우선이기 때문에 임금저하 없이 계속해서 2018년 이후에도 월급 기준 최저임금이 유지될 것인지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노 갈등 우려 불식시키고, "현장 노동자 목소리 들어야" 주장 나와
일각에서는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의 긍정적인 평가와 민주노총의 전면 반대가 엇갈리면서 양대노총 간 노-노 갈등이 다시 시작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전수찬 마트노조 이마트지부 위원장은 <노동법률> 기자의 질문에 "현재 이마트 노조의 구성과 교섭권 때문에 그렇게 보는 시각이 있는 것 같다"며 "현재 이마트에는 교섭권을 가지고 있는 한국노총 산하 '전국이마트노조'가 있고, 역시 한국노총 산하인 '민주노조' 그리고 민주노통 산하인 '마트산업노조 이마트지부' 등 3개의 노조가 있다"고 말했다. 또 "교섭권이 있는 전국이마트노조를 제외하고 나머지 2개의 노조는 이번 신세계의 근로시간 단축 협상안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지난 1월 24일 국회 폭로 증언대회에서는 현장의 이마트 노동자들이 참석해 노동강도가 세져 업무효율을 높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호소했다. 이마트 매장 계산원의 이달 '근무 스케줄 운영 가이드'를 공개하면서 '대기시간'으로 부르는 유급휴게시간을 30분에서 20분으로 줄이고 계산대에 들어가기 전후의 준비-마감 시간도 15분에서 10분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노동시간을 1시간 줄였는데, 이와 같은 휴게시간 조정으로 계산대에서 실제 일하는 시간은 사실상 6시간 30분에서 6시간으로 30분만 줄어든 셈이라고 강조했다.
전수찬 위원장은 "정산소에서 계산대까지 이동하는 시간만 5분에서 10분이 걸린다"면서 "준비-마감을 10분 안에 하라고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요구"라고 말했다. 또 "정상적인 업무를 하기 위해 현장 노동자들은 조기출근을 하는 등 사실상 임금꺾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일부 매장에서는 관리자들이 30분 동안 밥을 먹고 30분은 일을 하라고 한다"고 말했다. 차순자 마트노조 이마트지부 수원지회장도 "즉석조리식품 코너에서 일하는 동료는 8시간 근무할 때도 김밥 100개를 말았지만, 7시간 근무를 할 때도 100개를 말아야 한다"며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노동강도지만, 근로시간을 맞추기 위해 화장실 가는 시간마저 아끼려고 물을 안 마시고 있는데, 이게 업무효율을 높이는 방법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 "꼼수 비판은 부정적인 가정에 따른 속단일 뿐" 문제점 해결 위한 노력할 것
신세계그룹 사측은 근로시간 단축 시행에 관한 꼼수 논란이 확산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꼼수 비판은 부정적인 가정에 따른 속단이라고 반박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노동법률>과의 통화에서 "노조가 너무 부정적인 쪽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저녁이 있는 삶', '워라밸'로 대표하는 일과 삶의 균형을 실천하자는 좋은 의도의 도입 취지마저 왜곡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좋은 취지의 근로시간 단축 제도인 만큼 운용하면서 노사가 서로 미흡한 부분을 보완해 나갈 수 있는 것이고, 노동강도 강화에 따른 문제점은 이미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해 업무효율을 높이자는 본래의 취지를 살리자는 논의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신세계 사측은 노조측의 반발에 "대기-준비-마감 시간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결과적으로 한 시간 일찍 퇴근하는 제도의 방침은 지켜지고 있다"면서 "계산원이 대기실로 이동하는 시간과 동선을 고려해 가까운 곳에 휴게시설을 마련하고 자동 발주 도입 등 업무 강도 개선 작업도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박진혁 기자 projh21@naver.com
원문주소 :
http://www.worklaw.co.kr/view/view.asp?in_cate=104&bi_pidx=27371
신세계그룹 주 35시간 근무제 도입 방식 논란,
워라밸 혁신인가 vs 임금삭감 꼼수인가
문재인 정부의 강력한 '일과 삶의 균형' 강조 정책 기조
문재인 대통령은 공약과 당선 소감에서 모두 '일자리 대통령'을 강조했다. 근로시간 단축과 일과 삶의 균형을 강조했다. 이러한 정책 기조를 강력하게 진행해 양대지침을 폐기하고, 최저임금을 큰 폭 인상했다. 현재 진행 중인 근로시간 단축 논의 등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이와 같은 정책 기조에 발맞춰 공공 분야뿐만 아니라 최근 신세계 등 대기업도 올해부터 근로시간 단축 제도 시행을 선언했다. 재계에서는 근로시간 단축 문화의 시작이 될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보는 중이다.
실제로 신세계의 이러한 주 35시간으로의 근로시간 단축 실험은 정부가 법정 최대 주당근로시간을 현재의 주 68시간에서 주 52시간으로 줄이는 안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정부의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가 있는 상황에서 국회가 관련법을 개정하는 중이고 대법원도 관련 판결을 내놓으려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신세계의 실험이 어떤 식으로든 기업의 근로 문화 개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도 주당 근무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일 수 있도록 직원을 독려하라는 권고를 각 사업부 담당자들에게 전달하는 등 올해 안으로 주 52시간 근무가 가능하도록 준비 중이다.
'주 35시간 단축, 임금은 그대로' 신세계그룹 '워라밸' 혁신, '저녁이 있는 삶' 확산의 시작?
올해부터 재계 10위의 신세계그룹은 근로시간을 단축해 '임금 삭감 없는 주 35시간 근무제'로 전환했다. 업무 효율성을 높이면서 일과 삶의 균형인 '워라밸'을 고려해 국내 대기업으로는 최초로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했다.
현재 우리나라 법정 근로시간은 주 40시간으로 IT 업계의 일부 기업을 제외하면, 주 35시간 근무제를 시행하는 대기업으로는 신세계그룹이 최초다. 신세계 사측은 '과로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근로 문화를 혁신하고 임직원들의 '휴식과 저녁이 있는 삶', '워라밸'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올해 신년사를 통해 "주 35시간 근무제는 국내 대기업 중 최초로 시행하는 것인 만큼 성공적인 사례로 잘 정착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신세계그룹의 이러한 조치로 올해부터 이마트는 5시 정시퇴근을 위해 5시 30분이 되면 PC가 꺼진다. 담당 임원의 사전 결재 없이는 PC 재부팅이 되지 않기 때문에 무분별한 야근을 할 수 없는 체계다. 신세계백화점은 이마트보다도 10분이 더 빠른 5시 20분에 PC가 꺼지고 5시 30분에는 사무실 전체 소등이 된다.
이러한 파격적인 신세계그룹의 근로시간 단축 시행에 각계에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을 향해 칭찬이 쏟아졌다. 현 정부 들어 재벌 개혁 기조가 강하다는 평가가 있는 가운데, 대기업 오너에 대한 찬사는 오랜만이라는 논평도 나왔다.
노동계에서도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이 지난 1월 13일, 신세계그룹의 주 35시간제 변경을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이전에 없던 진일보한 시도인 만큼 문제점이 생기면 절충안을 찾으면 된다"며 "임금하락 없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최저임금 단가를 높인 것이기 때문에 신세계식 새로운 근로시간 단축 꼼수라고만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민주노총은 전면 반대, '총임금 삭감을 위한 꼼수'이자 '나쁜 일자리 양산 체계' 비판
그러나 한국노총과 달리 민주노총은 지난 1월 19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신세계식 근로시간 단축 꼼수'를 비난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산하 마트산업노동조합(이하 '마트노조')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신세계식 주 35시간제는 임금 삭감을 위한 꼼수로, 실질 소득인상에 도움이 안 되는 기만적 조치"라고 주장했다. 또 "실질임금 총액인상이 아닌 최저시급을 맞추기 위한 산수 놀이는 근로 문화 개선과 근로자 복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열자는 취지에 맞도록 월 209만원이 보장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1월 24일에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민중당 김종훈 의원실과 마트노조는 '비정규직 저임금노동자 착취하는 신세계-이마트의 이중성을 폭로하는 증언대회'를 열고 이마트 사측이 비정규직-저임금노동자를 착취하고, 저질일자리를 양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하순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은 "신세계식 근로시간 단축을 고려라도 해보려면, 단순히 노동시간을 8시간에서 7시간으로 줄이는 만큼 부족한 인원을 신규채용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똑같은 일을 해야 하면서 '업무효율'이라는 핑계로 시간만 줄어들기 때문에 '노동강도'가 강화한다"고 주장했다.
또 "결국 신세계 이마트의 주 35시간제 도입은 상여금이나 수당 산입 조작, 경비원 노동자의 중간 휴게시간 증대 꼼수 등과 같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본의 대응방식 중 하나일 뿐"이라며 "기업 경영상황이 매우 양호해 마음대로 해고할 수 없는 상황이므로 노동자들의 노동강도가 강화되더라도 총노동시간을 감소시켜 총인건비를 억제하는 방식으로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무력화시키겠다는 꼼수"라고 주장했다.
전수찬 마트산업노동조합 이마트지부 위원장도 "동일노동-동일임금에 맞지 않은 나쁜 일자리를 폭로한다"며 "이마트의 파트타임 노동자들은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절대다수의 무기계약직 사원의 시급보다 적은 시급을 받고, 올해도 역시 180원가량 적은 시급으로 여전히 차별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파트타임 근무자들은 대부분 회사 지시에 따라 출퇴근 시간이 수시로 변경되기 때문에 정부와 이마트 사측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워킹맘을 위한 일자리, 일-가정양립' 등은 사실상 적용이 불가능한 '나쁜 일자리'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마트노조는 신세계식 꼼수가 가능한 것은 나쁜 일자리인 비정규직 '스태프' 직군이 있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 신세계가 이마트의 경우 지난 2016년부터 지금까지 김해점, 스타필드 하남점, 스타필드 고양점 등 최소 200여명의 직영사원이 근무해야 운영이 가능한 대형점포를 최소 5개 이상 오픈했고, 매장당 평균 8명 이상이 근무해야 운영이 가능한 이마트 PL상품 전문매장 '노브랜드' 점포도 전국에 약 100여개 가까이 오픈했는데, 정작 증가한 정규직 일자리는 63명 정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마트노조는 정규직 일자리는 늘리지 않고 나쁜 일자리인 단기 비정규직 사원인 '스태프' 직종만 늘려 정규직 일자리가 있어야 할 자리를 메꾸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마트가 최근 2년간 실제로 정규인력을 감축만 하고 늘린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전수찬 위원장은 "겉으로는 좋은 일자리 창출과 근로시간 개혁 문화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찬사를 받지만, 그 이면에는 이와 같은 국민 기만적인 방식이 있었다"면서 "이런 것이 가능한 이유는 실질적인 현장의 모습을 검증하지 않고, 방조하는 것도 모자라 이러한 기업에 겉만 보고 좋은 일자리 창출기업으로 상까지 수여하는 정부의 태도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또 "사측이 2년 동안 주 35시간 근무제를 준비했다고 하는데, 그런 혁신적인 제도를 어째서 비밀 작전을 수행하는 것처럼 노동자들 몰래 준비하다가 최저임금이 많이 오르자마자 갑작스럽게 발표한 것인지 의문"이라며 "'노동시간 단축'은 매우 중요한 문제라서 노동자가 꼭 알아야 할 부분인데, 2년 동안 준비했다는 주 35시간 근무제에 관해 현장 노동자들은 전혀 알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박하순 연구원도 "실질적인 내용과 상관없이 겉으로만 '임금 삭감이 없는 노동시간 단축' 꼼수일지라도 기업이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찬사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이를 그저 받아쓰기에 바쁜 생각 없는 언론 때문이기도 하다"고 비판했다.
이정희 민중당 정책위원회 공동의장은 토론을 통해 "신세계그룹이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해 노동자의 삶의 질을 고려한 선의라는 점을 계속 강조하지만, 문제는 삶의 질을 넘어선 노동자의 생계 문제"라면서, "워라밸도 좋지만, 일단 최소한의 생계유지가 우선이기 때문에 임금저하 없이 계속해서 2018년 이후에도 월급 기준 최저임금이 유지될 것인지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노 갈등 우려 불식시키고, "현장 노동자 목소리 들어야" 주장 나와
일각에서는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의 긍정적인 평가와 민주노총의 전면 반대가 엇갈리면서 양대노총 간 노-노 갈등이 다시 시작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전수찬 마트노조 이마트지부 위원장은 <노동법률> 기자의 질문에 "현재 이마트 노조의 구성과 교섭권 때문에 그렇게 보는 시각이 있는 것 같다"며 "현재 이마트에는 교섭권을 가지고 있는 한국노총 산하 '전국이마트노조'가 있고, 역시 한국노총 산하인 '민주노조' 그리고 민주노통 산하인 '마트산업노조 이마트지부' 등 3개의 노조가 있다"고 말했다. 또 "교섭권이 있는 전국이마트노조를 제외하고 나머지 2개의 노조는 이번 신세계의 근로시간 단축 협상안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지난 1월 24일 국회 폭로 증언대회에서는 현장의 이마트 노동자들이 참석해 노동강도가 세져 업무효율을 높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호소했다. 이마트 매장 계산원의 이달 '근무 스케줄 운영 가이드'를 공개하면서 '대기시간'으로 부르는 유급휴게시간을 30분에서 20분으로 줄이고 계산대에 들어가기 전후의 준비-마감 시간도 15분에서 10분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노동시간을 1시간 줄였는데, 이와 같은 휴게시간 조정으로 계산대에서 실제 일하는 시간은 사실상 6시간 30분에서 6시간으로 30분만 줄어든 셈이라고 강조했다.
전수찬 위원장은 "정산소에서 계산대까지 이동하는 시간만 5분에서 10분이 걸린다"면서 "준비-마감을 10분 안에 하라고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요구"라고 말했다. 또 "정상적인 업무를 하기 위해 현장 노동자들은 조기출근을 하는 등 사실상 임금꺾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일부 매장에서는 관리자들이 30분 동안 밥을 먹고 30분은 일을 하라고 한다"고 말했다. 차순자 마트노조 이마트지부 수원지회장도 "즉석조리식품 코너에서 일하는 동료는 8시간 근무할 때도 김밥 100개를 말았지만, 7시간 근무를 할 때도 100개를 말아야 한다"며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노동강도지만, 근로시간을 맞추기 위해 화장실 가는 시간마저 아끼려고 물을 안 마시고 있는데, 이게 업무효율을 높이는 방법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 "꼼수 비판은 부정적인 가정에 따른 속단일 뿐" 문제점 해결 위한 노력할 것
신세계그룹 사측은 근로시간 단축 시행에 관한 꼼수 논란이 확산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꼼수 비판은 부정적인 가정에 따른 속단이라고 반박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노동법률>과의 통화에서 "노조가 너무 부정적인 쪽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저녁이 있는 삶', '워라밸'로 대표하는 일과 삶의 균형을 실천하자는 좋은 의도의 도입 취지마저 왜곡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좋은 취지의 근로시간 단축 제도인 만큼 운용하면서 노사가 서로 미흡한 부분을 보완해 나갈 수 있는 것이고, 노동강도 강화에 따른 문제점은 이미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해 업무효율을 높이자는 본래의 취지를 살리자는 논의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신세계 사측은 노조측의 반발에 "대기-준비-마감 시간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결과적으로 한 시간 일찍 퇴근하는 제도의 방침은 지켜지고 있다"면서 "계산원이 대기실로 이동하는 시간과 동선을 고려해 가까운 곳에 휴게시설을 마련하고 자동 발주 도입 등 업무 강도 개선 작업도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박진혁 기자 projh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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