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노동법률] 김기완 마트노조 초대 위원장 인터뷰 / 2017.11.30

정준모
2017-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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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완 마트노조 초대 위원장 "마트 산별노조 시대 열었다"

[2017년 12월호 vol.319]                         


마트산별노조시대가 열렸다. 마트산업노동조합(이하 '마트노조')이 지난 11월 12일 종로구청에서 출범대회를 열었다. 마트산업노동조합은 빅3 대형마트노조인 민주롯데마트노조, 이마트노조, 홈플러스노조 조합원들을 상대로 통합 여부를 묻는 총투표를 한 결과, 조합원 96.8%의 찬성(투표율은 85.9%)으로 조직 전환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미 지난 10월 22일, 세 개 노조는 마트산업노조 총회를 열어 마트노조 규약을 제정 및 개정했고, 11월 3일부터 지부별로 찬반투표를 진행한 바 있고 이날 출범식에서는 투표로 인해 확정된 사항을 바탕으로 공식 출범식을 진행한 것. 마트노조는 마트 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은 물론 협력업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조건까지도 확대 보호하겠다는 각오다. <노동법률>이 마트산업노조 초대 위원장을 맡게 된 김기완 홈플러스지부 위원장을 만났다. 


  

Q 통합 준비와 과정에 대해서 시간 순으로 간단히 설명 해준다면?

 A 2015년 10월 롯데마트에서 민주노조가 출범했다. 이후 대형마트 3사 전부에 민주노조가 설립됐다. 다 같은 서비스연맹 소속으로, 마트연대회의라는 틀을 통해 자주 현안에 관한 의견을 밀접하게 나눴다. 당연히 동종 산업인 만큼 서로의 임금-복지수준 관심이 많았고, 자연스럽게 교감이 깊어졌다. 이에 따라 2016년 3월 마트산업노동조합 준비위원회를 출범했다.
 이 준비위원회에서는 합동간부수련회, 노동안전보건교육, 최저임금 공동대응, 상호연대활동, 마트노동자신문발간 등의 공동 활동을 진행했고, 이런 흐름이 쌓여 마트노동조합을 건설할 수 있었다.

  

Q 통합을 추진한 이유에 대해 설명해 달라.

 A 노동조합이 노동자의 이해와 요구를 실현하려면 힘이 있어야 하고, 그 힘은 단결된 조합원들의 수에서 나온다. 또 노동조합은 산업별노조로 전환해 강력한 힘을 구축하는 것이 노동자들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향상시키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마트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저임금, 근골격계질환, 감정노동 등을 겪으며 처지가 대체로 비슷하지만, 노동조합 조직률은 2% 남짓에 그친다.
 마트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70~80% 대다수의 노동자는 협력업체 소속이다. 그럼에도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다양하고 복잡한 계약관계, 을-병-정의 처지에 있기 때문에 단결권을 실현하기가 더 어렵다. 사실상 절대 다수 마트노동자들의 단결권이 실현되지 않는 현황에서 노동조합이 제대로 된 힘을 쓰기 힘들다는 것에 3사가 동의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협력업체까지 포괄할 수 있는 산별노조를 준비하게 됐다.

  

Q 위원장을 맡게 된 계기는?

 A 준비위원회에서 논의를 몇 차례 했다. 물론 모두 훌륭하시기 때문에 누가 위원장을 하셔도 잘 하실 것이다. 다만, 산별노조로 전환하더라도 과도기적으로 기업별지부의 형태에서 아직 해야 할 일들이 남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교섭권도 가지고 있고, 상대적으로 조금 안정적인 홈플러스 쪽에서 우선 맡는 것이 어떤가로 의견을 모았다.



Q 통합투표 안의 투표율과 찬성률이 상당히 높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A 그냥 나온 찬성률은 아닐 것이다. 마트에서 노동조합을 시작한 자체가 엄청난 탄압과 시련을 뚫고 한걸음씩 전진해 온 과정이다. 홈플러스는 첫 파업을 했을 당시 그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탈퇴한 조합원들이 상당히 많았고, 이마트와 롯데마트 역시 복수노조 사업장이 겪는 상당한 탄압을 감내해야 했다. 마트노조의 전환을 결정한 조합원들은 대개 그런 과정들을 다 겪고, 궂은비를 함께 맞았다. 차이를 넘어 모두가 힘을 합쳐 미래를 개척해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가 작용한 것 같다.
 물론 사람이 하는 일인데, 반발이 왜 없었겠나. 그러나 준비위원회 활동과정에서 만 2년동안 많은 교육과 실천의 과정이 있었고, 간부들이 발로 뛰며 만든 헌신에 조합원들이 답해준 것이라 생각한다.

  

Q 최근 노노 갈등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인데, 마트노조는 오히려 하청파견용역 근로자까지 통할하는 노조를 출범했다.

 A 노동조합이 생기고 나서부터 정권과 사측에서는 공공연하게 노노갈등을 이용해왔다. 지금의 정규직-비정규직 구조가 대표적이다. 비정규직을 없애는 방향에서 고민해야지, 나만 살겠다고 그 바늘구멍의 기회를 누가 차지할 것인지에만 신경을 쓰고 이기심 탓에 서로 단결하지 못한다면 미래는 없다.
 전태일의 풀빵정신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다. 노동자들의 유일무이한 무기는 단결이다. 아줌마라서 안 되고, 하청이 나보다 계급이 낮아서 안 되고 그런 분열된 시각을 떨쳐야 한다. 모든 노동자는 하나다. 기업별-경제적 이익만을 중시하면 결국엔 개인만 바라보는 노동조합운동으로 변질된다. 나보다 우리, 모두가 함께 살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연대의 틀인 산별노조운동이 정답이다. 그것을 뒷받침하는 정치적 노조운동까지 함께해야 한다. 역사는 민주노조의 기본적 정신인 자주성-민주성-투쟁성-계급성-연대성의 원칙을 가지고 투쟁하는 노동자들에 의해서 조금씩 전진해 왔다.
 마트 하청파견용역 노동자들은 그야말로 무법지대에 노출돼 있다. 최근 이름만 들면 알만한 제과업체들이 하루아침에 인력을 반 이상 줄이겠다고 한다. 각종 수당과 상여금을 녹여 최저임금 인상이 제자리걸음 되는데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처지다. 그런 월급이라도 계속 받으려면 나서지 않고 가만히 있어야 하는 것이다.

  

Q 비정규직 근로자 통합이 현장에서 어느 정도로 실행될 수 있을까. 정규직 조합원 설득이 쉽지 않을 듯한데.

 A 기존의 관행과 큰 구조가 있기 때문에 쉽지는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노조 포함 문제는 부당노동행위 근절, 노조법 개정 등 국가적 차원의 대책 또한 필요한 문제다.
 그럼에도 하청파견용역 노동자들은 노조에 대한 가장 절박한 이해가 깔려 있기 때문에 조건은 나쁘지 않다고 본다. '송곳'은 어디에나 있다. 비정규직 단결, 정규직연대는 결국 하나의 사례, 즉 모범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부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준비 중이다.
 또 하나, 마트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라면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비슷한 이해를 가지고 있는 사안들이 있다. 예를 들면 유통산업발전법, 감정노동보호법 같은 것인데, 조금 동요할 순 있어도 마트노동자라면 어떤 길이 나은지 결국에는 방향점이 일치한다고 본다. 그런 산별노조로 풀어나갈 수 있는 사안들을 함께 추진하려 한다.

  

Q 마트산업은 4차 산업 도입 시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분야다. 고용안정을 요구했는데, 어느 정도 수준에서 어떤 방향인지 설명 부탁드린다.

 A 마트산업이 전반적으로 불황이다 보니, 다양한 고용구조 변화 시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온라인 쪽을 강화하고 있는데, 이마트의 경우 노동자가 직접 피킹해서 배송하던 온라인몰 시스템이 대규모 물류센터로 방향을 잡기 시작했다. 상당부분 자동화시스템을 도입하면서 기존의 수십 배의 많은 물량을 간단하게 소화한다. 물론 최종검수 등의 작업은 노동자가 하지만, 계속 확대된다면 고용구조에 변화가 일어난다.
 또 미국의 아마존고나 일본편의점에 도입되는 인공지능 무인계산대, 상품 진열하는 자동로봇도 머지않아 한국에도 도입되리라 본다. 노동자 입장에서 노동시간이 단축되고, 고된 육체적 노동에서 해방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열악한 저임금구조에, 사회적 보장도 불안정한 한국에서 당장 고용안정과 임금 개선이 급선무하다.
 다른 무엇보다도 마트산업 포화로 노동자들에게 당장 닥쳐오는 가장 큰 문제는 일방적인 인력감소, 실적 부진 점포폐쇄나 분할매각 등의 구조조정이 빈번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Q 마트도 산별노조의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가 있다. 조직과 조합원 확대는 어떤 방식으로 추진할 것인가?

 A 우선 12월까지는 전국에 모든 마트노동자들에게 마트산별노조가 생겼다는 것을 알릴 생각이다. 벌써 산발적으로 가입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 전국 10개 지역 본부 체계가 있고, 규모에 따라 지회로 편재할 생각이다. 마트노동자 근무환경과 건강, 개선이 가장 필요한 부문에 대한 기초실태조사를 출범 전 미리 진행한 바 있다. 분석도 마쳤다.
 여러 가지 중 가장 시급한 부분을 선정해 심화시켜 계획화 할 것이다. 사회적으로 분명 큰 파급이 일 것이다.

  

Q 정부에서 감정노동 근로자 가이드라인이 마련됐다. 이에 대한 간단한 평가 부탁드린다.

 A 늦었지만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홈플러스의 경우 단체협약으로 감정노동자보호 조치 등으로 비슷한 조치들을 선행해서 진행해왔다. 교훈은 실제 그런 가이드라인이 있어도 잘 모르거나 여전히 똑같이 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점이다.
 사후치료 보다는 문제가 닥쳤을 때 업무중단권, 심하면 민형사상조치 등이 이런 불합리한 처우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정말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편하게 재량껏 쓸 수 있을지는 아직 의문이다. 많은 시행착오, 특히 사측의 적극적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서비스노동자에 대한 국민의 확고한 인식전환을 위해 노사정이 함께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지 않을까. 바로 그런 것들을 마트산별노조로 만들어갈 계획이다. 

  

Q 현안은?

 A 마트노조에서 문제 제기하기 전에 각종 관계법을 준수하는지 먼저 점검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마트노조는 현행법을 정확히 준수하는 것으로 부터 현장 활동을 시작하려 한다.

 곽용희 기자 kyh@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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